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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부작 마실

2023년 03월호

마실

'그림책 읽는 밤' 동아리 모임 참석 후기

그림책 읽는 밤 동아리 모임 참석 후기

 

 

오래전 일이다. 아이들 그림책을 사려고 바쁜 회사 생활 중 틈틈이 그림책 작가들을 검색하여 좋은 그림책을 손에 넣는 날이면 대단히 귀한 나만의 보물을 얻은 것처럼 설레고 흥분되었다. 그것을 아이들에게 두고두고 읽어 줄 때마다 구입하게 된 경로를 이야기하며 엄마의 수고를 한껏 뽐내기도 했다. 지금도 그때 그 그림책들을 보며 지난 시절을 떠올리는데, 그림책을 한 장씩 넘길 때마다 소중한 추억들이 묻어난다. 이렇게 그림책은 늘 그리운 것 중의 하나였다. 어느덧 시간적 여유가 생긴 요즘, 내가 다시 그림책을 찾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리라. 

 

몇 년 전 산행 중에 뜻하지 않은 사고를 당했을 때, 심한 스트레스로 가장 힘들 때 치유 공부 차원에서 다시 맛본 그림책은 이후 꾸준한 독서 분야 중 하나였다. 그러던 중 2022년 ‘그림책 읽는 밤’이라는 동아리 모임을 고양시 도서관 홈페이지에서 확인했다. 막연히 함께 그림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으로 신청하고 회원들 동의를 얻어 참석하게 되었다. 이후 나의 그림책 읽기는 소중한 인연들과 함께 계속 이어가고 있다.



‘그림책 읽는 밤’은 향란샘, 혜순샘, 경순샘, 옥란샘, 은주샘, 소윤샘과 저를 포함한 7인방으로 이루어진 모임입니다. 회원 분들 중에는 오랫동안 그림책 활동을 하신 분들도 계셔서, 사실상 전문적인 그림책 토론 모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기 모임은 매월 2회 수요일 오후 9시. 사전에 정해진 리더가 책을 선정하고 발제를 작성한 뒤 당일 모임을 진행합니다. 이런 형식이 처음에는 많이 부담되었으나, 리더 역할이 아닐 때는 그림책에 대한 생각을 서로 나누는 것에만 집중했습니다. 그래도 리더 순서는 어김없이 돌아오더군요. 발제를 제시하고 모임을 진행하는 것은 역시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다행히 경험 많은 회원들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잘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매번 선정된 그림책을 통한 진솔한 경험을 나누고, 서로 다른 생각에도 배려와 이해로 공감해 주니, 저도 병아리 회원에서 이제 어느덧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이 모임의 가장 큰 이슈는 그림책을 선정하는 일입니다. 그림책 선정 기준은 자유롭습니다. 다음 순서의 리더는 그간 ‘그림책 읽는 밤’에서 읽었던 책 목록을 참고하여 중복되는 것은 피해 선정을 합니다. 회원 분들 중에는 그림책 관련 활동을 하시는 분들도 있어서 그림책 작가와 관련 에피소드를 전해 주기도 하기에, 책을 선정할 때 그런 부분을 반영하기도 합니다. 

그간 모임에서 토론한 책 목록들은 반기별로 업데이트되어 공유됩니다. 다양한 성향의 회원들이 인고의 시간을 거쳐 선정한 책 목록은 ‘그림책 읽는 밤’ 모임의 든든한 역사이며 큰 자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은 코로나 때문에 대부분 온라인으로 모임이 진행되었습니다. 그러다 모두들 오프라인 모임을 찬성하여 드디어 날을 잡았습니다. 모든 회원들의 참석 일정을 고려하여 2022년 11월 일산 중식당에서 오프라인 모임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첫 대면 모임이라 낯설었지만 모두들 반갑게 맞이해 주셨습니다. 밤 9시라는 꽤 늦은 시간 온라인으로만 만나다가 직접 얼굴들을 보고, 식사도 하고, 하하호호 즐겁고 기쁜 시간을 보냈답니다. 

 

혜순샘과 옥란샘이 친구 사이라는 것도 새로 알게 된 사실이었습니다. 그날 두 분은 오프라인 모임이라고 아주 멋진 모습으로 참석하여 자리를 빛내 주셨습니다. 뵙고 싶었던 향란샘은 사정이 있어 참석하지 못하셨고, 패션 센스가 돋보였던 은주샘의 등장에는 와! 하고 탄성이 저절로 나왔습니다. 동안에 순수하고 차분한 분위기의 소윤샘! 수업 끝나고 먼 길 달려오신 그림책 전문가 경순샘! 이렇게 모여 ‘그림책 읽는 밤’ 모임이 연말 잔치를 열었습니다. 한 해 동안 진행되어 온 사항과 2023년 신년 방향에 대해서 서로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해 가는 모습을 보며, 신년에도 나의 그림책에 대한 항해는 순조로울 것으로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만남의 시간이 더해 갈수록 서로의 개인 사정도 나누게 되었습니다. 서로 살아가는 형편은 다르지만 모두들 배려하고 공감해 주는 모임 ‘그림책 읽는 밤’. 얼마 전에는 회원 분 어머님의 부고 소식에 회원들이 저마다 달려가 황망함을 위로해 주는 등 ‘그림책 읽는 밤’의 온기를 높여 주었습니다.


2월에는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늘 적극적이고 예리한 관찰력을 가지신 회원님이 어머님을 간병하는 문제로 모임 참석이 당분간 힘들겠다는 소식을 긴급히 보내 왔습니다. 하지만 ‘그림책 읽는 밤’ 모임 회원 분들이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었지요. 서로 논의 끝에 과감히 모임 시간을 조정했습니다. 이처럼 서로를 배려해 주는 회원님들의 작은 불빛이 언제나 서로를 환하게 비추고 있음을 알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그림책 읽는 밤’에서는 순번제로 돌아가는 리더가 직접 그림책을 선택하기에 개성 있는 다양한 책들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편하게 읽는 것을 좋아하시는 분, 주제가 선명한 것을 좋아하시는 분 등 어떤 성향의 회원이 선택한 그림책이라도 이 모임에서는 모든 회원이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입니다. 그림책을 통하여 우리들의 고단한 삶들도 되돌아볼 수 있고, 조금씩 모임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흡입력이 있습니다. 그림책이 선정되면 모임 전에 그림책을 미리 읽어 보고, 나의 생각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정리해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지만 그 정도는 충분히 감수할 만합니다. 


나는 독서모임의 리더 경험이 많지 않기에 처음엔 다소의 부담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림책 읽는 밤’ 회원 분들은 서두르지 않았고 독촉하지 않았습니다. 꾸준한 참석을 통해 자연스럽게 모임의 성격을 파악하게 했고, 적정한 시기에 리더의 역할이 주어졌습니다. 적당한 긴장감이 삶의 활력을 가져다주는 것처럼 첫 번째 독서 진행을 마치고 나니 분위기를 좀 더 파악할 수 있었고 마음도 편안해졌습니다. 

한 권의 그림책으로 다양한 생각들을 나누다 보면 정해진 한 시간이 늘 짧습니다. 그림책을 읽는 독자들은 작가의 의도 그 이상을 찾아냅니다. 또한 그림책으로 치유를 받을 수 있고 순수함을 되찾아 가는 행복한 삶의 여유를 갖게 된 것 같습니다. 


직장생활에서 만났던 동료들과는 또 다른 모습들이라 낯설기도 했지만, 모임의 따뜻한 온기는 그런 불편한 모든 것을 녹여 내고 서로 보듬어 줍니다. 그림책을 통해 우리들은 매번 조금씩 마음의 근육을 키워 갈 뿐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다양하고 깊게 품어 나가며 마음의 지평이 넓어지게 될 것을 기대해 봅니다. 

 

 

   

(글) 서경자 l 사부작 사부작 웹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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